“2030년에 강화도에 큰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다리가 끊겨요!” “집이 무너질 거 같아요!!” 진행자의 질문에 곳곳에서 학생들이 답을 던지는데요. 이내 학생들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생각을 골판지를 활용해 실제로 펼쳐 보이기 시작합니다. 미래마을 만들기 캠프 현장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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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3회에 걸쳐 인천광역시 강화군의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씽킹을 이용한 미래마을 만들기 캠프’가 진행됐습니다. 강화문예회관, 심도중학교 체육관 등에서 진행된 본 캠프에는 강화중학교, 강화여자중학교, 교동중학교, 심도중학교, 삼산승영중학교 등 관내 10개교 1학년 학생 468명이 참여했지요.

카드보드아트컬리지(CAC)가 인천광역시학생교육원 및 인천광역시강화교육지원청과 함께 진행한 이번 캠프는 캠프는 디자인 씽킹을 활용해 골판지로 미래마을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습니다. 디자인 씽킹이란 디자이너의 감수성과 작업방식을 이용한 문제해결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토론과 협의를 바탕으로 하는데요. 이번 캠프도 6명 내외의 학생들이 한 조로 편성돼 협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미래마을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 안전을 위해 커터칼은 사용하지 않고, 빵칼과 가위만 지급했습니다.

미래마을을 만들기 위한 재료들. 안전을 위해 커터칼은 사용하지 않고, 빵칼과 가위만 지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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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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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이어 붙여 형태 만들기

‘적정 건축’, 시간과 비용 절감한 종이 건축 사례

특히 이번 캠프는 ‘재난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임시 주거시설 만들기’를 주제로 전개됐습니다. 이달 초 울산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최근 대형 재난 발생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지요.

실제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야하는 재난상황에서 종이를 활용한 건축은 적정기술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재를 쉽게 충당할 수 있고, 빠른 시간 내에 건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이 건축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인데요. 그는 지난 20년간 르완다, 아이티, 필리핀, 일본 등 각종 재난현장을 찾아 집이 필요한 이재민들에게 종이로 지은 집을 선물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만든 종이성당 (사진_www.homify.nl)

크라이스트처치에 만든 종이성당 (www.homify.nl)

이재민 대피소의 주민 프라이버시를 위한 칸막이 시설 (사진_kr.wsj.com)

이재민 대피소의 주민 프라이버시를 위한 칸막이 시설 (사진_kr.wsj.com)

방수 처리한 종이관과 종이 자재를 활용하는데, 내구성도 뛰어납니다. 2008년 스촨 대지진 때는 종이로 학교를 만들기도 했고,2011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당시에는 종이로 성당을 지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게 기능적이면서 아름다운 건축을 제공하고 싶었다”는 그의 건축 철학은 201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습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고 터득해나가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학생들은 임시 주거시설뿐만 아니라 도서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항만시설, 교량 등을 만들며 상상력을 뽐냈습니다. 캠프에 참여한 조정용(강화중학교 1학년) 군은 “만약 강화에 큰 지진이 나서 집들이 무너진다면 이재민들에게는 신속히 다른 집을 제공해야할 것”이라며, “골판지로 만드니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실제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넓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경험도 새로웠습니다. 강화중학교 1학년생인 박완현 군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서 만드는 게 새로웠고, 친구들과 협동을 이뤄서 한 점이 재미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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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도 넘는 학생들이 트인 공간에 모이니 서로 장난치며 뛰어다니고 놀기도 했지요. 학생들에겐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안전사고에 유의하며 학생들을 통제하느라, 동행한 지도 교사들은 진땀을 흘리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내 집중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선생님들의 만족감도 높았다고 합니다. 강화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류선희 선생님은 이번 캠프에 함께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학생들의 표현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가 적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활기차게 작업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죠. 무엇보다도 수학 담당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직육면체나 정육면체에 대해 자세히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전개도를 그리고 형태를 만들어나가며 스스로 터득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이번 캠프는 작품 전시 및 발표와 토론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5일부터 4일간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강화군의 10개 중학교 학생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미래마을 프로젝트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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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CAC는 지난해부터 인천광역시 강화군 등 교육 소외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미래교육을 전개해왔는데요. 골판지‧오픈소스 기반의 공기청정기, 무선조종자동차, VR뷰어, 홀로그래피뷰어 등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체험형 소프트웨어 교육 콘텐츠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인천광역시학생교육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인천광역시강화교육지원청의 권혁호 장학사는 “쉬운 재료를 활용하는 CAC의 미래교육 콘텐츠에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면서, “본격적인 자유학기제 시행에 앞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강화지역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탐색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무궁무진한 학생들의 상상력을 만나게 됩니다. 이번 캠프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위한 주택을 만들기도 했고, 강화에서 엑스포가 열리길 기대하면서 기하학적인 전시관을 만든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20년, 30년 후에는 그들의 상상력을 그대로 펼쳐보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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